나도 신경쓰이고 힘들어하는 일이 있는데 나보다 더 심한 일을 겪은 사람 앞에서는 내 얘기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보고 나는 행복한거구나 라고 생각하는건 내가 나쁜건가?
예전부터 엄마가 '너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으니까 너는 힘들어하면 안된다' 라는 투의 말을 할 때마다 내 힘든건 문제도
아니라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정말 싫었는데 정작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게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물론 내가 지금 힘든
일이 있지만 그거 하나때문에 인생이 고달프다던가 불행 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좋은 일들이 더 많다. 그래도
뭐라고 푸념이라도 해 보고 싶었는데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고, 내가 봐도 내 문제는 문제도 아닌거같아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난 행복한거구나, 난 복받은거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싫어하는 태도인데도 내가 취하고 있었다 . 다른사람이
힘들어하는것과 날 비교해서 난 행복하다 라고 느끼는건 잘못된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는걸 인식을 안
하는것도 아닌데 그 상황에서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는게 싫다.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려면 그 사람이 무슨 심정인지를 알아야 할텐데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일로 인하여 힘들어하면 정말이지 뭐라고 말은 해 주고 싶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다. 그 상황이 힘들겠구나 라는걸
막연하게 상상으로만 알 뿐이지 직접 아는게 아니니까. 생각해보면 난 지금까지 정말이지 크게 힘든 일을 많이 겪어보지 않았어서
이럴때 참 힘들다. 인생경험이 부족하다는게 이런건가.
정말 힘들어하는 사람을 보면 왜 다들 정말이지 착하고 좋은 사람들일까.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게 유독 자주 보이는것 같다. 나같은 사람도 멀쩡히 잘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말이지... 착한게 죄라는건 맞는가보다.
같이 있을 때는 다른사람한테 제대로 좋은말이나 칭찬도 못 해주고 틱틱대기나 하고. 다른사람이 있건 없건 간에 그쪽에서
해주는것처럼 말을 못 해주겠다. 늘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고 말 해주고 싶은데 왜 그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본인
앞이 아니면 다른사람들한테 얼마든지 칭찬하고 해 줄 수 있는데 왜 본인 앞에서만 그게 안되는지. 속으로만 생각하는게 아니라 직접
들을 수 있게 해 줘야지 라고 생각만 하는데 입이 정말 안 떨어진다. 나도 좀 더 잘 해주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