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라도 한국사람이 일본 우편환을 받을 일이 나 말고 더 있을까 싶지만 혹시라도 모르니 남겨둔다.

 

 

 

1. 발단

 내가 빡쳐서(사실 비 안왔으면 덜 빡쳤을 수도 있지만 집에 앉아서 영상만 봐도 셋리에 화가 나는걸 보니 모르겠다ㅎㅎ) 후기도 안 쓴 시마나미로마포르에서 이틀째 공연이 폭우로 취소가 됐다.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는데 딱 시마나미 때 까지는 콘서트 티켓 결제를 신용카드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직접 저 티켓을 결제 할 방법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아 편의점 입금 대행을 했다. 여튼 그럼 저 편의점 결제분 환불을 도대체 무엇으로 해 주느냐: 우편환^^

 아니 한국에서도 안 써본 우편환을 이렇게 일본에서 처음 써 볼 줄이야. 심지어 이거 받을 때도 여러모로 너무 힘들었는데 일차로 배대지에서 이게 분명 도착을 했을텐데 입고를 몇주동안 안 해줘서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도 했고 ㅎㅎ... 쨌든 우여곡절 끝에 내 손에 우편환이 떨어졌다. 금액은 세명의 티켓값+수수료 해서 대충 3만 500엔 정도였고 기한은 6개월 유효라서 5월까지였다.

 

 

2. 전개

 그럼 이걸 받았으니 일본에 가서 환전을 받아야겠죠! 이거 하나만을 목표로 일본에 가는건 좀 그렇고 어짜피 공연은 저 기간중에도 있으니까 하면서 12월 28일 ~ 1월 2일 UNFADED 오사카 공연 보러 간 김에 우편환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저 중에 29 30일은 주말이었으며 1월 1일은 신정이니 안 할게 뻔해서 도착한 첫날인 12월 28일에 받는게 낫겠다 싶었다. 환전도 이거 믿고 조금만 해갔음ㅎㅎ.....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신분증 정도 요구하고 요구 안 할때도 있다는 얘기를 보고 맘 편하게 여권을 들고는 교토 아라시야마에 있는 작은 우체국에 가서 우편환을 들이밀었다.

 

 

3. 위기

 일단 우체국에서 외국인이 자기네 나라 우편환 들고오니까 이상하게 봄ㅋㅋㅋㅋㅋ 아이고 돌겠다 그래서 사정을 -콘서트 티켓 환불인데 내가 일본 주소가 없어서 도쿄 사는 친구가(배대지 주소가 도쿄라서) 대신 받아서 나한테 준건데 그걸 이번에 받으러 온거다- 설명하고 넘겼다. 아마 그쪽에서도 나같은 건은 처음 봤겠지 이해합니다. 

구글에서 퍼온 우편환 이미지

 일단 우편환은 이렇게 생겼고, 저기에 내 이름은 제대로 적혀있었다. 주소를 쓰라는 곳에는 도쿄 배대지 주소를 적었고 이름에는 내 이름을 영어랑 한자로 적었다. 여튼 그쪽 직원이 높으신 분과 한참 통화를 하고 왠지 오케이 될 것 같은 순간에 저기 이름 옆에 印자에 인감을 찍으라는데 내가 인감을 들고 갔겠나요... 여튼 그래서 사인은 안되냐고 하니까 또 한참 안에 들어가서 높으신 분과 통화를 하더라고. 내가 신분증 있다고 여권을 (이때 주민등록증을 재발급중이라 민증이 손에 없었음;) 줬는데 여권엔 한자 이름이 없고 영어랑 한글로만 적혀있으니까 여튼 전체적으로 저기 적힌 한자 이름과 여권에 적힌 이름이 같은 사람인지 증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저날 실패했다. 와 진짜 다시 생각해도 이해는 되는데 억울해서 어이가 없네

 

 

3.1 위기 그 두번째

 여튼 이렇게 우편환 받는걸 한번 실패해버리니까 멘탈은 나갔고, 다음날에 일행 만나서 같이 얘기하다가 그럼 주민등록등본에 한자 이름이 있으니까 이걸 뽑아서 시도해보자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게 안된다면 일행 본인은 민증을 갖고 있으니까 대리인으로 해서 위임서 쓰고 받아보는걸로 하자고 결론을 냄. 내가 진짜 일본에서 주민등록등본 뽑겠다고 아이패드로 학교 컴퓨터에 원격접속 해서 원격으로 온갖 악의 축 플러그인을 깔고 모두의프린터까지 써서 pdf로 만들어서 호텔 프린터 장당 10엔 내고 등본 뽑는데까지 성공했음. 이게 진짜 다시 생각해도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12월 31일은 월요일이고 일단은 평일이니까 우체국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 짓을 했던건데 저짓을 다 해서 우체국에 가니까 31일부터 1월 4일까지 신년휴일이래....ㅋㅋㅋㅋ 아 진짜 어이가 없네 그런데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니까 일부 우체국은 31일에 영업을 한다고 나와있었고 그 중 하나가 오사카중앙우체국이었다. 그렇게 우메다역 까지 갔는데 하는건 우체국이고 우체국은행(ゆうちょ銀行)은 안 하더라고... 내가 진짜 미친다 하면서 그렇게 다음을 기약했다. 어짜피 3월 초에 후쿠오카 공연을 또 갈 계획이었으니까. 이거 좀 찜찜했던게 공연이 3월 2일 토요일인데 내가 우편환을 받으려면 삼일절에 일본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기분이 너무 나빠서 고민하고 있었거든... 3월 3일 귀국은 내 사정상 안 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삼일절에 일본에 있기 vs 일본 정부에 3만엔 환원하기를 고민한 결과 삼일절에 일본에 있게 되었음 ㅠㅠ

 

 

4. 절정

 여튼 그렇게 삼일절에 일본에 있게 되었는데 금요일에 은행을 갈 수 있는 시간 비행기가 너무 비싸서 그냥 1박 더 하기로 하고 목요일에 일본으로 갔다. 내가 혹시라도 몰라서 민증은 물론이고 저번에 인감을 물어봤기 때문에 갖고있는 아무 도장 중에 무려 중학교 졸업할 때 받은 도장이 이름이 한자로 적혀있어섴ㅋㅋㅋㅋ 그걸 챙겨서 갔다. 그게 실제 인감증명에 등록된 도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 하면서.. 이번에는 이번에는 후쿠오카였고 일본에 떨어지자마자 밥도 안 먹고 바로 하카타 역 바로 옆에 있는 은행으로 갔다. 아마 저게 후쿠오카에서 제일 큰 은행(뇌피셜)이라서 저기로. 큰 은행이라 그런가 사람도 많았고_-_ 여튼 저번에 교토에서 설명했던것과 같은 뉘앙스로 설명을 하고 한참 기다렸다가 잠깐 뭐 물어보면 답해주고 다시 기다리고 하는걸 세번쯤 반복했던가 싶다. 여권도 주고 민증도 주고 인감도 들고가서 막 찍고... 여튼 그 은행 높으신 분 까지 붙어서 막 논의같은거 하고 그랬는데 나중에는 주소를 내 한국 주소를 적으라고 하곸ㅋㅋㅋㅋ 이건 영어로 적어도 된다고 해줬는데 뒷면에는 도쿄 배대지 주소 (물론 친구 주소라고 우겼지만) 말고 내가 이번에 묵는 숙소 주소랑 전화번호 적으라고도 시키고 (이건 일본어-사실상 한자-로 적게 시켰음) 그렇게 한참 기다리고 얘기하고 하다가-

 

 

5. 결말

 여하튼 우편환 받는데 성공했다. 진짜 이거 아니었음 억울해서 어쨌을지 모르겠다.... 아마 트위터로 수소문해서 일본사람 아무나 붇잡고 내 대리인 해서 이거좀 받아주세요ㅠㅠㅜ 했어야 하지 않을까 ㅎㅎ...

우편환 받는데 성공해서는 그냥 신나서 밥먹고 호텔체크인도 하고 뭐 그랬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어 ^_T

 

 

6. 여담

 내 이름 마지막 한자는 瑛인데 (tmi: 족보 한자랑 다름 渶) 내가 가끔 일본사이트 가입할 때는 저 瑛자 치기 귀찮다고 英으로 입력 할 때가 있는데 정말 다행히도 러브업에는 제대로 입력을 해 뒀었다. 덕분에 민증에 있는 한자랑 같은 한자라서 무사히 통과 된 것으로 보임ㅎㅎ.... 진짜 너무 머리 아팠다. 지인분이랑 이 얘기 하다가 나온 얘긴데 정말 다행히 나는 내 이름에 쓰이는 한자들이 전부 일본에서도 쓰이는 한자였는데 혹시라도 일본이랑 한자가 다르거나 아님 순 우리말 이름이면 이 경우에 도대체 어떻게 되는걸까 싶더라고-_-

 

 

요약

 - 일본 우편환 받을 때 필요한 것: 인감, 이름이 한자로 적힌 신분증

 - 도대체 왜 일본은 환불을 이렇게 말도 안 되게 귀찮은 방식으로 하는 것이지?

 - 저 이후 투어부터는 카드 결제를 (드디어) 가능하게 해 줬는데 이것도 보니까 환불하려면 로손 가서 환불해야하더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너무 어이가 없다

 

 

여하튼 내가 저때 후쿠오카 후기는 안 써도 이 우편환 후기는 써야겠다고 생각해서 남겨두고 간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또 이런 일을 겪을 사람이 있을까? ^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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