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힘없고 의욕없고 뭐 그렇다. 내가 할 일이 많은건 잘 알고 있지만 그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면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분명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걸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조금 더 심각한건 이게
저번학기때부터 시작한 증세라는거.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 상태가 더 안 좋다. 중간고사 시험 결과들을 보니 하나같이 좋게 나온게
없고 이대로라면 정말 100% 영짤인데 왜 이렇게 위기감이 안 드는지 모르겠다. 스트레스는 쌓일대로 쌓인거 같은데 딱히 분출구도
없고 뭘 해도 재밌게 느껴지는것도 없고. 평소에 좋아하던것들도 썩 정이 안가고 잠깐만 하다 질린다. 체력이 떨어진것도 한가지
원인이려나. 원동력같은게 필요한데 지금 그게 없다. 삶에 기운을 주는 일이 하나정도 있기는 한데 그것마저 너무 미적미적하다.
아 휴학하고 싶다. 어디가서 1년쯤 잘 쉬고 오면 괜찮아지려나? 라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그게 안 되겠지. 대학오면 흥미있는것만
공부하게 될 줄 알았었는데. 물론 흥미있는걸 공부하는 비율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내가 하고싶지 않은걸 해야만 하고 그것들의
중요도가 커져버렸다. 고등학생때처럼 이거 재미없어 안할래 이런 태도가 먹히지 않는데 난 왜 아직까지 그러고 있는걸까.
그냥 마냥 모든게 답답하고 짜증난다. 난 원래 역치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엔 그것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웃고 넘어갔던 많은 일들에 짜증이 난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도대체 왜 그게 짜증나는지 알 수 없겠지. 그래서 주변에 뭐가 어떻게 짜증난다라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저번에 겪은 일에 대해서 안 좋은 기억이 크게 남아버려서 사람들 태도 하나하나가 걸린다. 내 자신에 대해서도 자신이 너무 떨어지고. 내가 뭘 못한다는 생각은 별로 갖고있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날 지탱해주던 근자감들마저 다 사라져버렸다.
내가 목표의식이 없는것도 아니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이러고 있다. 뭐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을 정도로 그냥 총체적 슬럼프에 빠진것만 같고. 그냥 내 일들 어디 털어놓을 사람도 없고 그렇다. 이제 숙제나 마저 해야지